프로세스 성과지표 수립시의 실수
이전 글에서 업무가 지능화되는 네 단계에 대해 언급했다.
1단계. 프로세스 표현 : 업무는 프로세스로 표현되어야 한다
2단계. 프로세스 데이터화 : 이러한 업무프로세스는 데이터를 품고 있어야 한다. 업무프로세스 데이터는 조건데이터와 상태데이터로 구분된다.
3단계. 프로세스 데이터 측정/수집 : 상태데이터에 의해 업무프로세스의 성과를 측정하고 수집할 수 있어야 한다
4단계. 데이터분석/AI적용/예측 : 조건데이터와 상태데이터 간의 관계를 분석하고 인공지능을 적용하여 결과를 예측한다. 이렇게 하여 바람직하지 않은 상태를 줄이고 바람직한 결과에 대한 기회를 늘린다
업무 프로세스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성과지표가 정의되고 도출되었다면, 다음은 도출된 성과지표들에 대한 목표수준을 설정하고, 프로세스오너라고 부르는 적절한 업무프로세스책임자 별로 결합하여 성과관리체계를 수립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성과관리체계에는 보이지 않는 많은 함정이 숨어있다. 함정이란, 가령 기업에서 의미없는 성과지표가 관리되고 있다거나, 부서간 서로 대립하는 성과지표들이 병립하게 된다거나, 또는 부서 실적은 높여도 기업차원의 수익은 줄어들게 하는 성과지표가 운영되는 것 등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함정에 빠져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성과관리체계를 수립할 때 이와 같은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 어떤 원칙을 준수해야하고, 무엇에 주의해야 할까?
설계관리프로세스에서 도출한 핵심성과지표를 관리하고 있다는 어느 회사에서 ‘도면개정횟수’ 라는 성과지표를 본 적이 있다. 데이터가 측정되어 도표와 그래프로 관리되고 있었다. 이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자 담당자는 제작도면, 스펙 등 기술문서의 제개정 횟수를 측정하면 설계관리프로세스에서 얼마나 많은 실수가 일어나고 있는 지 알 수 있기에 이렇게 관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더 묻지는 않았지만, 이 지표가 어떤 도움이 될까? 이런 지표는 ‘잘못 설정되었다’거나 ‘관리할 필요가 필는 지표’라고 딱 잘라서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하면 설계문서가 자주 개정될수록 살아있는 문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면 오히려 Revision 회수가 더 많은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설계엔지니어의 아이디어가 과연 제품 제조현장의 조건이나 제품 사용자의 의도와 일치할지도 의문이다. 더우기 조직의 목표로 신경써서 관리해야 할만큼 중요한 지표도 아니었다.
그럼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걸까?
‘아웃풋’이 분명하지 않은 프로세스를 도출한 데서부터 잘못된 것이다. 도면관리업무는 어떤 의도된 결과를 산출하는 프로세스가 아니라, 설계문서를 어떻게 취급해야 하는 지 절차를 규정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프로세스로 표현하기보다는 절차서로 표현했어야 적절했을 것이다. 그런데 프로세스가 수립되었으니, 프로세스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어떤 성과지표든 정해야 했을 것이다. (칼을 빼 들었으니 무우라도 베어야 맞을 꺼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프로세스 성과지표를 설계할 때 프로세스의 아웃풋을 제공받는 ‘고객’이 기대하는 것을 프로세스에서 제공했는지 평가할 수 있는 성과지표인지 생각해 봐야한다. 도면관리프로세스는 ‘고객’이 누군지 애매한 프로세스인데, 어떻게 고객의 기대 충족여부를 평가할 수 있겠는가?
만약 표준문서를 자주 개정하도록 유도하는 목적이라면, 개정을 해야하는 상황에서도 표준문서가 개정되지 않았거나 반대로 개정된 횟수를 측정하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다. 기업에서 이렇게 적절하지 못한 성과지표가 도출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엉터리 성과지표가 도출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사업계획서에 기술된 목표(성과지표)가 프로세스에서 관리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사업계획서에서 언급된 목표와 프로세스에서 관리하려고 정한 성과지표가 서로 다르다(이원화 되어있다)는 것은 프로세스가 현실적으로 정착되지 못했거나, 프로세스가 현업을 지원하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조직에서 우선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중요한 성과지표를 핵심성과지표(KPI)라고 한다. 이론적으로 기업차원의 핵심성과지표는 소수이며, 대부분 핵심프로세스에서 도출될 것이므로, 기업차원의 목표관리 항목으로 관리해야 한다. 따라서 핵심프로세스에서 나온 성과지표를 중심으로 경영목표(사업목표)가 수립되도록 성과관리체계가 수립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성과지표 간의 대립(상충) 문제
"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말해주면 나도 내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이야기하겠다. 만약 나를 불합리한 방법으로 평가한다면, 내가 불합리한 행동을 하더라도 탓하지 말라“ Tell me how you measure me and I'll tell you how I will bahave. If you measure me in an illogical way ... Do not complain about illogical behavior. (Eliyahu M. Goldratt)
이는 조직에서 운영되는 잘못된 성과지표를 은근히 꼬집고 있는 말이다.
성과지표 관리체계 수립과정에서 곤란을 겪는 것 중 서로 대치되는 성과지표들을 조정하는 문제가 있다. 우리가 잘 알든 아니면 잘 모르든, 회사에서 관리하는 성과지표들 중에는 한 쪽 성과지표가 좋아지면 다른 쪽 성과지표는 나빠지는 관계가 분명히 상존하게 된다. 예를 들어 구매단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사전에 대량구매를 하는 것이 좋으나, 자금회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때에 맞게 필요한 최소량만 구매해야 한다. 정시인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품이 생산되는 즉시 출하해야 하나, 차량의 운송비를 낮추기 위해서는 한 차 분량이 찰 때까지는 제품을 창고에 쌓아두어야 한다.
기업에서 이렇게 성과지표 간에 서로 대립되는 상황(Trade-off)은 꽤 많다. 찾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고 있을 뿐이다. 일상에서는 양측의 주장이 상충될 경우 우리들은 보통 협상, 타협을 통해 해결책을 찾게 된다. 타협은 양측 모두 어느 정도의 양보와 절충을 통해 합의하는 것으로, 사실은 양쪽 모두 불만을 안고 물러서는 것이다(Lose-Lose Game). 그러나 성과지표 간에는 타협이란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렇게 성과지표들이 서로 대립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또, 성과지표가 서로 대치되는 경우 어떻게 조정해야 양측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가?
이렇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성과지표들이 대부분 각 부서별로, 부문별로 나누어져서 수립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책임을 가진 각 부서의 책임자가 자신에게 부여된 업무에 따라 성과지표들을 스스로 정하니 부서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이들이 각자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려고 하는 한, 대치되는 성과지표가 발생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다시 말해서 부서간의 이해관계가 완벽하게 일치하는 상황을 만들지 못한다면, 기업에서 성과지표간의 대립은 원칙적으로 피할 수가 없다.
성과지표들이 대립하는 문제에 대한 해답은 분명하다. 회사 전체의 이익에 맞게 성과지표를 정렬하는 것이다. 영업부서에서 정시인도율을 높이려는 것도, 출하부서에서 운송비를 낮추려는 것도, 수익이라는 회사의 대의(大義)를 앞설 수는 없다. 따라서 정시인도율이나 운송비를 성과지표로 정하기 전에, 수익을 내는 데에 가장 영향력이 높은 프로세스(핵심프로세스)의 (가치흐름의 속도를 최대한으로 하는) 성과지표에 최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전 임직원이 수행하는 활동에 대한 모든 평가지표는 여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렬해야 한다. 아무리 부서간의 이해가 엇갈린다고 해도, 적어도 최우선순위를 갖는 성과지표에 반(反)하는 상황이 있어서는 안 된다.
부분최적화 문제
부문별, 부서별로 나누어 목표를 수립하면 성과지표들이 부분최적화를 추구하게 되는 반면에, 핵심프로세스의 성과지표를 중심으로 회사의 성과지표를 정렬하면 기업으로서 전체최적화를 추구할 수 있다.
한 부서에서의 개선활동이라는 것이, 고작 자기 부서의 문제와 책임을 다른 부서로 떠넘기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6시그마 활동 등으로 여유능력이 많은 공정에서 상당한 개선을 이루었다고 하더라도, 후공정인 병목공정에는 전보다 더 많은 부담을 주어(재고가 쌓이게 되어) 생산라인 전체의 운영상황은 나빠질 것이다. 개선을 이룬 공정의 책임자는 회사로부터 개선에 따른 보상과 박수를 받지만, 쉴 틈이 없는 병목공정의 책임자는 더 많은 질책과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회사의 자금운영상황은 전보다 더 악화되어 버린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개선’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개악’이라고 해야 옳지 않은가?) 이처럼 어느 한 부서의 개선활동으로 원가절감이나 품질은 개선되는 한편, 회사의 순이익이나 투자수익률은 기대만큼 좋아지지 않을 수가 있는 것이다(오히려 낮아지는 경우도 있다)
3부에서 세부적으로 언급하겠지만, 경영시스템의 성과를 높이려면 경영시스템의 제약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최대로 이용하면 된다. 어떤 프로세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프로세스의 성과를 높이려면 프로세스에서 가치흐름의 병목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최대로 이용하면 된다. 제품생산프로세스라면 모든 공정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병목공정을 집중적으로 관리함으로써 프로세스의 성과를 높이는 것이다. 생산에서는 모든 공정에서 가동율을 높이기보다는, 병목공정의 가동율을 높여야 회사의 이익을 늘릴 수 있다(생산한 모든 제품이 팔린다고 가정할 때).
따라서 모든 공정을 똑같이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병목공정은 가동율로, 그 외의 공정은 병목공정이 최대한 가동되도록 얼마나 기여했는 지로 평가해야 한다. 물론 제품생산 이외의 프로세스에서도, 가치흐름의 병목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생산프로세스와 다를 것이 없다. 그러므로 프로세스에서 목표달성에 제약이 되는 활동(공정)의 성과지표를 우선 설정하고, 다른 활동들은 여기에 맞춘다. 이렇게 하면 관리해야 할 성과지표도 단순해지면서 의사결정도 신속해 지고, 목표로 한 성과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프로세스는 처음부터 올바로 구축되어야 올바른 성과지표 수립도 가능한 것이다. 또한 기존의 성과관리체계에서는 너무 많은 성과지표들을 우선순위 없이 관리하는 데(BSC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성과관리체계 운영상 바람직하지 않다. 프로세스에서 정의되는 성과지표들을 우선순위가 없이 모두 관리하려고 해서는 안된다.